내가 처음 건축사가 되고 싶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은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였다. 지금은 영국의 한 보험 브로커 회사인 윌리스 그룹에서 네이밍 라이트를 가지고 있어서 윌리스 타워가 정식 명이지만 나 뿐만 아니라 시카고의 시민들은 여전히 시어스 타워를 그 본명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겨우 7살에 불과했지만 시어스 타워 꼭대기에 올라서 아버지와 나누었던 짧은 대화를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내게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시어스 타워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었다. 귀가 멍멍해질 정도의 빠른 엘리베이터도 그랬었고 그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끝없이 펼쳐져 있었던 도시의 광경도 경이로울 뿐이었었다. 누가 이걸 만들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버지는 건축사라고 짧게 대답하셨고 이 단어는 나에게 있어서 아직까지도 한치에 흔들림 없는 꿈으로 머리와 심장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건축사’ 혹은 ‘건축가’가 지칭하는 직업 혹은 사람이 내포하고 있는 느낌과 의미들은 너무나 복합적이고 contradictory해서 아직까지도 내 머리속에서 분명하게 정의내릴 수 없다. 그 때문일까, 내가 ‘건축사’라는 것을 증명(?)하는 종이를 받은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머리 속에서 자꾸 되풀이 되는 몇가지 질문들이 있다. 모든 거품과 연막과 나르시즘를 제거하고 진정 내가 꿈꾸는 ’건축사’의 길이 무엇일까? 내가 7살때 정의 내렸던 혹은 꿈꾸었던 ‘건축사’는 어떤 것이었을까?
꿈과 목표의 경계선에 서 있는 기분이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루어 졌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목표를 이루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그럼 “내 꿈은 무엇이지?”이다. 정의할 수 없는 꿈은 목표 설정도 어렵다. 목표 설정이 안되면 길을 잃고 나태의 나락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고민보다 행동이 빠른 내 본성이 다시한번 패턴처럼 다음 목표를 슬그머니 설정했다. 다음에는 어떤 길로 나를 이끌어갈지 아직은 모르지만 내 ‘꿈’을 정의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출발선에 다가선다.


